일상이야기

오늘도 전화를 걸며 배우는 것들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8. 18. 21:54





보험 일을 하다 보면 늘 ‘첫 연락’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담당자로 배정되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약속을 잡아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작은 떨림과 큰 용기가 동시에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그 용기가 내 안에서 잘 꺼내지지 않았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벨소리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기다림 끝에 용기를 내어 몇몇 분들께 문자를 남겼다. ‘저는 담당자로 배정된 ○○입니다.’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 속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곧 문자 알림이 울렸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불쾌한 답변이 아닐까, 화난 목소리가 돌아오진 않을까.

다행히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깨달았다. 전화를 거는 순간, 그리고 전화를 받는 순간조차 두려워하게 된 나 자신을.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 일인데, 정작 ‘사람과의 연결’이 가장 무서운 것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아마 이건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통화와 거절, 때로는 불친절한 응대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움츠러든 탓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 내가 그만큼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오늘도 전화를 걸며 배운다. 두려움 속에서도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작은 대답 하나가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언젠가는 이 무서움마저도 익숙함 속에서 사라질까. 아니면 여전히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고 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도 나름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과정이 나를 더 사람답게 만드는 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