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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마음

요즘 나를 붙잡아주는 작은 루틴들

by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5. 6.

요즘 나는 글을 쓴다.
정확히 말하면, 쓰는 흉내를 낸다.
마음을 다 쓰지 못해도, 몇 줄이라도 적는 게 나를 붙잡는다.
그 몇 줄이 하루를 버티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물을 마신다.
무언가를 타서 마시는 건 아직 조심스럽다.
투명한 물 한 컵, 조용히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감각.
그것만으로도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

하루종일 앉아 있는 날이 많다.
움직임 없이 글만 쓰다 보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굳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물을 마시고, 한숨을 내쉰다.
의자에서 몸을 살짝 비틀고, 창문을 열어 먼 산을 본다.
그 몇 초가 없었다면, 오늘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 관리자 페이지를 본다.
방문자가 몇 명인지보다, ‘오늘도 썼다’는 체크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인 척 하다 보면, 정말 글을 쓰게 된다.

보리를 한 번 안는다.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으면
세상과 거리를 둘 수 있다.
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이 나에겐 충분하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사소한 루틴들이 오늘까지 나를 데려왔다.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여도,
나에겐 꼭 필요한 루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