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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삶

길 위에서 만난 다정한 순간 하나

by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5. 17.

 

오늘도 조용히 걷는 날이었어요.
플로깅이라는 이름으로 걷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달.
쓰레기를 줍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길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작은 비닐봉지를 집으려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 아이는 제가 무얼 줍는지 궁금했는지
잠깐 멈춰 서서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저도 하나 주워볼까요?”

그 순간이 참 따뜻했어요.
길가에 떨어진 무언가를 함께 본다는 것,
그게 이렇게 마음을 연결해줄 줄은 몰랐어요.

또 어떤 날은 길모퉁이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와 마주쳤어요.
쓰레기 봉지를 들고 천천히 다가갔더니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제 손끝을 한참 바라봤어요.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시선에 무언가 위로 같은 게 있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가끔은 이런 작고 다정한 장면들을 마주해요.
그게 이 걷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에요.

나는 여전히 조용히 걷고 있어요.
하지만 그 길 위에는, 아무 말 없이 다정한 순간들이 하나씩 놓여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