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마음이 조용해지는 날이 있어요.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날.
비가 오면 더 그런 것 같아요.
빗소리는 모든 소리를 덮어버리면서
내 안에만 울리는 것들을 꺼내게 만들죠.
어쩌면, 그건 마음이 쉬고 싶다는 신호일지도 몰라요.
계속 괜찮은 척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내 안이 조금씩 쓸려나간 거죠.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날인데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 와요.
‘잘 지내고 있나요.’
그 말 한 줄이,
누군가에게 너무나 건네고 싶은 말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어디에도 쓰지 못했어요.
톡창을 열었다 닫고,
문자 화면을 열었다가 지우고,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하루가 저물었죠.
마음이 참 무거운 날이었는데
비가 내려줘서 조금은 다행이었어요.
괜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오늘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요.
당신도 나처럼
괜찮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부디 이 비가,
내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숨결 하나쯤은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우리 서로에게
조용한 위로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