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나를, 내가 지켜낸 시간
1. 사라지고 싶었던 순간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느껴지는 것들은 다 너무 무거웠어요.
눈을 뜨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밥을 씹는 것도 전부 ‘의무’처럼 느껴졌죠.
이불 속에 묻혀 있으면서, 아무도 날 찾지 않길 바라면서도
어쩌면 누군가가 와서 나를 발견해줬으면 했어요.
그 모순 속에서 나는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어요.
2. ‘나를 지키는 감각’을 하나씩 붙잡았어요
그때 꺼낸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한 조각,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바라보는 고요한 시선,
귓가에 닿는 고양이 숨소리.
말도, 의미도 없지만 그 감각들이 나를 현실에 붙들어줬어요.
나는 그걸 **‘살고 있다는 증거’**로 붙잡았어요.
내가 사라지고 싶은 순간에도,
내 몸과 감각은 여전히 ‘살고’ 있었으니까요.
3. 의미 없는 시간에도 내가 있었다는 걸
우울은 자주 속삭였어요. “이 시간은 아무 의미 없어.”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무의미했던 시간들이 쌓여서,
나는 여기까지 왔어요.
우울의 시간은 돌아보면 삶의 가장 느린 호흡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숨을 쉬고 있었어요.
4. 우울은 나를 망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감정은 날 망가뜨린 게 아니라,
다른 얼굴을 한 나 자신을 보여준 것 같아요.
나는 강하지도, 밝지도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걸 기억하는 것,
그게 우울 속에서 내가 배운 유일한 지혜였어요.
* 그 어둠 안에서 나는 사라진 게 아니라,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도 몰라도, 나는 그걸 알아요.
지속 가능한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