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내내, 보리는 조용히 있었다. 창가에 앉아 있거나,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하거나, 가끔은 캣타워에서 앞발을 툭 내민 채 낮잠을 잤다.
나는 글을 쓰고, 보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오늘 하루였다.
글이 잘 써지는 순간도 있었고,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던 시간도 있었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집중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리는 한 번도 내 흐름을 끊지 않았다. 옆에 와서 조르지도 않았고, 간식을 달라고 울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오늘은 간식을 먼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글 다 쓰고 나면 보리 간식 주려고요. 그게 내 오늘 루틴의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