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거웠다.
딱히 뭘 한 것도 없는데,
눈을 뜨는 것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창밖을 보니 회색빛 구름이 천장을 덮고 있었고,
햇살 한 점 없이 하루가 저물어갔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마음속엔 '오늘도 아무것도 못 했어'라는 말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양이처럼 웅크려 있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나니
그 말조차도 조금은 무뎌졌다.
매일 15개씩 채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오늘은 단 하나도 못 썼다.
처음엔 자책이 밀려왔지만,
문득 이런 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챙기는 일이 먼저라는 걸
가끔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한 줄 남겨본다.
비록 오늘은 글 하나로 하루를 다 채울 순 없지만,
흐린 날의 기록도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테니까.
자꾸만 멈춰 서는 나를 미워하지 말자.
내일의 햇살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은 조용히 쉬기로 했다.
글쓰기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