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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보리

움직이지 않는 밤, 고양이 한 마리 무릎 위에

by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5. 19.

 

보리가 내 무릎 위에 기대 자고 있다.
언제 올라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다가와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내 다리에 몸을 붙인다.
원래는 글을 쓰려 했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던 밤이었다.
오늘 하루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냈고,
무언가 하나쯤 더 해내고 잠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
왜냐면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무릎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면 깰까 봐,
다리를 살짝만 움직여도 귀를 쫑긋 세우는 보리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 작은 고양이 하나 때문에
나는 오늘도 멈추기로 한다.
글도 쓰고 싶고,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싶고,
좀 더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이 조용한 무게가
나를 가만히 붙잡고 있어서
나는 움직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 되는 밤.
지금 이 고요함을
글로도, 사진으로도 정확히 옮길 순 없지만
이 무릎 위의 따뜻함 하나로
오늘 하루를 충분히 살아낸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 밤을 글로 남겨두기로 했다.
잊지 않기 위해.